
더덕 1kg당 시장 가격이 2만 원을 넘는 요즘, 집에서 제대로 된 더덕구이를 만들어 먹으려면 손질부터 양념까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저도 처음 더덕을 사왔을 때 껍질 벗기는 것부터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몇 가지 핵심만 제대로 알면 외식보다 훨씬 맛있고 경제적으로 더덕구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더덕 손질과 유장처리가 맛을 좌우합니다
더덕을 손질할 때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하는 부분이 뇌두(腦頭)입니다. 여기서 뇌두란 더덕 윗부분의 머리 같은 부위를 의미하는데, 이 부분은 식감이 질기고 쓴맛이 강해 반드시 잘라내야 합니다(출처: 국립농업과학원). 저도 처음에는 아까워서 뇌두를 남겨뒀다가 먹을 때 쓴맛 때문에 후회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더덕에서 나오는 진액은 끈적거리고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장갑을 끼고 손질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일회용 비닐장갑보다는 고무장갑이 훨씬 편했습니다. 껍질을 벗길 때는 감자칼이나 필러를 사용하는데, 힘을 빼고 가볍게 긁어내듯 벗기면 수율도 높고 과육 손상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손질한 더덕은 반으로 자른 후 두툼하게 슬라이스하고, 밀대나 방망이로 가볍게 두드려 결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섬유질 이완(fiber relaxation)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더덕의 질긴 조직을 풀어주는 작업입니다. 저는 밀대로 위아래로 밀어 넓게 펴주니 더덕이 얇아지면서 양념이 훨씬 잘 스며들었습니다.
유장(油醬) 처리는 더덕구이의 핵심 비법입니다. 참기름 2큰술과 양조간장 2큰술을 섞어 만든 유장을 더덕 양면에 고루 바르면, 밑간 역할과 함께 풍미를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장이란 기름과 간장을 섞어 재료 표면에 코팅하는 전처리 기법을 말하는데, 이렇게 하면 고추장 양념이 겉돌지 않고 더덕 본연의 맛도 살릴 수 있습니다.
양념장 배합과 불 조절이 성패를 결정합니다
고추장 양념장은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양조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물엿 1큰술을 기본으로 합니다. 여기에 다진 마늘 1큰술과 생수 3큰술을 넣어 농도를 조절하는데, 너무 되직하면 타기 쉽고 너무 묽으면 양념이 흘러내립니다. 제 경험상 이 배합 비율이 가장 적당했습니다.
양념장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설탕과 물엿에 포함된 당분(糖分) 때문에 고온에서 급격히 캐러멜화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캐러멜화란 당류가 열을 받아 갈색으로 변하며 특유의 향과 쓴맛을 내는 현상을 말하는데, 더덕구이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됩니다. 저도 처음에 양념을 너무 두껍게 발랐다가 양념이 금세 타면서 쓴맛이 나서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더덕구이를 할 때는 반드시 약불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조리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달구기 전 팬에 유장 바른 더덕을 올리고 약불로 1분간 굽기
- 뒤집어서 고추장 양념을 얇게 바르기
- 다시 뒤집어 반대면에도 양념 바르기
- 각 면을 1분씩 추가로 구워 마무리
일반적으로 센 불에서 빨리 구워야 맛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써보니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야 더덕 속까지 부드럽게 익으면서 양념도 타지 않았습니다. 특히 양념을 여러 번 나눠 얇게 바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에 두껍게 바르면 겉은 타는데 속은 덜 익는 문제가 생깁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더덕에는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 기관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사포닌이란 식물에 들어있는 배당체 화합물로, 쉽게 말해 쓴맛과 거품을 내는 성분이면서 동시에 항산화 효과가 있는 영양소입니다. 그래서 더덕은 맛도 좋지만 건강식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쪽파를 잘게 썰어 위에 얹으니 비주얼도 좋아지고 상큼한 향이 더해져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났습니다. 집에서도 간단한 데코레이션 하나로 외식 못지않은 플레이팅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더덕구이를 만들 때마다 양념을 얇게 바르고 약불로 천천히 굽는 원칙을 지킵니다. 처음 실패했을 때는 양념이 타서 쓴맛이 강했지만, 불 조절과 양념 두께를 조절하면서부터는 더덕 본연의 향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조화를 이루는 제대로 된 더덕구이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유장 처리 과정을 거치면 더덕이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아이들도 잘 먹습니다. 다음에는 청양고추를 다져 넣어 매운맛을 더하거나, 땅콩가루를 뿌려 고소함을 추가하는 변형 레시피도 시도해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