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되면 마트 채소 코너에 두릅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두릅은 그냥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제대로 된 양념으로 무쳐 먹어야 두릅 특유의 향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 두릅을 손질할 때는 어디까지 다듬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몇 가지 핵심만 알고 나면 두릅 무침은 생각보다 간단하면서도 봄철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반찬이 됩니다.
두릅 손질과 데치기, 블랜칭 시간이 관건입니다
두릅을 손질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밑동입니다. 밑동의 질긴 부분을 칼로 살짝 잘라내고, 큰 두릅의 경우 두꺼운 줄기 부분에 십자로 칼집을 넣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칼집이란 두릅의 두꺼운 부분이 골고루 익을 수 있도록 표면에 얕게 칼로 금을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칼집을 넣지 않으면 겉은 익었는데 속은 딱딱한 상태로 남아 있어 식감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두릅 400g 정도를 준비했다면, 물 5컵에 소금 1티스푼을 넣고 끓입니다. 물이 충분히 끓어오르면 두릅을 넣고 블랜칭(blanching) 과정을 거칩니다. 블랜칭이란 채소를 끓는 물에 짧은 시간 데쳐서 색을 선명하게 하고 아린 맛을 제거하는 조리법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두릅의 경우 30초에서 1분 정도만 데치는 것이 적당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1분을 넘기면 두릅 특유의 향긋한 향이 상당 부분 날아가 버립니다.
데친 두릅은 바로 찬물에 헹궈 열기를 식히고, 물기를 가볍게 짜줍니다. 이때 너무 세게 짜면 두릅이 부서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거라면 통째로 두고, 무쳐 먹을 거라면 한 가닥씩 찢어서 준비하면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찢어서 무치면 양념이 훨씬 잘 배어 맛이 더 풍부해집니다.
두릅 양념장, 된장 기반의 조화로운 맛
두릅 무침의 핵심은 양념장입니다. 일반적으로 간장 기반 양념을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된장을 소량 넣은 양념이 두릅의 쌉싸름한 맛과 훨씬 잘 어울립니다. 먼저 홍고추나 청양고추를 잘게 썰고, 파를 다져서 준비합니다. 여기에 집 된장을 반 큰술 정도만 넣습니다. 된장을 너무 많이 넣으면 두릅 본연의 향을 가려버리기 때문에 적당량이 중요합니다.
양념장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집 된장 0.5큰술
- 고추장 1큰술
- 고춧가루 2큰술
- 다진 마늘 0.5큰술
- 통깨와 참기름 각 2큰술
고추장과 된장을 함께 사용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고추장의 단맛과 된장의 구수한 감칠맛이 만나면 복합미(複合味)가 형성됩니다. 복합미란 여러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깊이 있는 맛을 뜻합니다. 여기에 고춧가루 2큰술을 더하면 색감도 예쁘게 살아납니다. 제가 처음 만들 때는 고춧가루를 빼고 했는데, 비주얼이 확실히 덜 먹음직스러웠습니다.
모든 재료를 되직하게 반죽하듯 섞어주면 양념장이 완성됩니다. 이때 중요한 팁이 있습니다. 참기름과 통깨는 두릅과 버무리기 직전에 넣어야 합니다. 봄나물의 경우 휘발성 향기 성분이 많아서, 참기름을 미리 넣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향이 변질될 수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먹기 직전에 참기름을 넣고 살살 버무려야 신선하고 고소한 맛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데친 두릅에 양념장을 넣고 부드럽게 섞어줍니다. 너무 세게 버무리면 두릅이 으깨지니, 손으로 살살 뒤섞듯이 해주는 게 좋습니다. 완성된 두릅 무침은 봄나물 특유의 쌉싸름한 향과 된장의 구수함, 참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맛을 냅니다. 막 지은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봄철 입맛을 확실히 살려줍니다.
두릅 무침을 직접 만들어보니 봄나물 요리는 본연의 향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양념을 강하게 해서 실패했지만, 된장과 고추장을 적당히 배합하고 참기름을 나중에 넣는 방식으로 바꾸니 훨씬 만족스러운 맛이 나왔습니다. 두릅이 제철인 3~4월에 한 번쯤 도전해보시면, 시판 반찬과는 다른 신선한 봄 맛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